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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리뷰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모험을 즐길 수 있는 자유

by 부자 사람 2020. 7.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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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 요나스 요나손 저 (열린책들 , 2013)

 

정말 오랜만에 읽은 소설이다. 소설은 1Q84 이후 처음인 것 같다. 꽤나 유명했던 소설이었던 것 같은데, 소설에 손이 잘 가지 않아서 미뤄두고 있었다. 최근에 머리 속이 복잡한 일들이 많아서 탈출구가 필요하기도 했다. 작가 요나스 요나손은 스웨덴 출신의 소설가다. 스웨덴에서 1백만부 이상, 영어권에서 150만부가 팔리는 등 전 세계에서 8백만부 이상 판매라는 대기록을 세운 장편소설이다. 영화로도 제작되어 국내엔 2014년경 개봉되어 나름의 흥행을 한 듯 보인다.

 

백세 노인이 주인공에, 산뜻한 하늘색 표지에서 예상했던 분위기와는 달리 처음부터 파격적인 전개로 시작한다. 내용도 근현대사를 넘나드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루는데 파격적이다. 2019년엔 '핵을 들고 도망친 101세 노인'이라는 제목으로 후속작으로 나왔으니 남다른 파격적 스케일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양로원에서 백세 생일을 맞은 주인공 '알란'은 생일 파티를 준비하고 있는 모두 몰래 창문으로 도망친다. 할배, 할매들 사이에서 나이가 들었음을 확인하는 생일 파티를 하는 것보다 그냥 더 재미있는 일을 찾아서! 어디론가 최대한 멀리 가고 싶었던 '알란'은 버스터미널으로 간다. 그 곳에서 '네버어게인'이란 조직의 한 조직원을 만나게 되는데, '알란'에게 자신의 트렁크를 맡기고 화장실에 간다. 그새 버스가 도착하자, 어이없게도 '알란'은 그 트렁크를 들고 버스에 탑승해버린다. 너무나 쿨하게. '살다보면 남의 트렁크를 들고 갈수도 있지' 같은 허무맹랑한 생각을 가지고. 이렇게 '알란'의 절도와 행방불명이라는 사건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현재의 이야기와 '알란'의 일대기 속에 일어난 과거 사건들을 왔다갔다하며 이야기를 풀어간다. 

 

트렁크를 훔쳐 버스에 탄 알란은 '인생이 연장전으로 접어들었을 때는 이따금 변덕을 부릴 수도 있는 일이지...'라고 본인의 절도를 가볍게 넘겨버린다. 쉽게 넘겨버릴 일이 아닌데도 쿨~하게 넘겨버리는 주인공의 사고는 좋은 일이건, 나쁜 일이건 상관없이 모든 에피소드에 담겨있다. 때로는 다소 어이없을만큼 쿨하지만, 이런 에피소드들이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계속 이어진다. 때로는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고문을 받기도 하는 등 인생에 한 번도 겪기 어려운 일들도 겪지만, 어떤 경우에도 무한 긍정과 완벽한 낙관주의로 넘어간다. 그리고 그런 낙관주의 뒤에는 기막힌 우연과 행운이 곁들여진다.

 

이런 낙관적인 부분들을 묘사하는 작가의 표현력이 너무나 자연스러워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져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지만, 머리속으로 되뇌어보면 '말도 안 돼'라고 할 것이다. 현대사의 중요한 부분들 중에 '알란'이 등장해 결정적인 역할들을 하기도 하며 - 핵폭탄 제조 기술을 알려준다던가, 마오쩌둥의 아내를 구출해준다던가 - 너무 어이없어서 과거사를 이야기할 때는 읽어내려가기가 어려울 때도 있었지만.

 

'알란'은 모든 걸 너무나 편안하게 넘기며, 기가 막히게 운이 좋은 남자라는 생각이 들지만, 사실 그의 일대기를 보면 고통스러운 순간들로 가득하기도 하다. 갖은 이유로 세계를 유랑하게 되고, 감옥에 갇히게 되거나 심지어 정신병원에서 거세당하거나 하는 등. 하지만 낙관 속에 결국 행운을 짊어지고 항상 자신의 길을 간다. 백세가 되어서도 모험을 즐긴다. 그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모험과 모험을 즐기는 자유, 그리고 거기에서 느끼는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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