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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책으로 배웠어요

돈의 감각 - 통화량의 증감으로 보는 경제 사이클

by 부자 사람 2020. 10.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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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감각 - 이명로 저 (비즈니스 북스, 2019년)

 

작년에 서점의 경제 분야 진열대에 꾸준히 노출이 되어있었던 책이지만, 손이 잘 가지 않았던 책이었다. 당시에 목차를 훑어보고 패스했던 책이었는데, 책 자체가 궁금했다기보다 저자가 어떤 논리를 가진 사람일궁금하여 읽어보게 되었다. 몇 권의 주식 책에 추천사를 쓰신 것을 봐서 얼마나 논리를 잘 풀어낼 수 있는 사람일까는 궁금증? 아주 드물지만, 정말 좋은 인사이트를 보여주거나, 머리 속에 모호하게만 있던 것들을 개념적으로 기가 막히게 설명해주는 이들도 있기에. 결과적으로는 그에 부합하지는 않지만, 돈의 역사, 개념 및 통화량과 경제의 관계를 적절한 수준에서 잘 풀어내고 있다.

 

다소 자극적인 부제, <절호의 투자 타이밍을 귀신같이 눈치채는 비결>을 달고 있지만, 이야기하는 바는 '통화량의 움직임을 읽어내라'이다. 통화량과 신용화폐 시스템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잘 알려진 EBS 다큐 <자본주의>나 레이달리오의 <How the economic machine works>를 보면 이 책이 이야기하고자하는 근간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 레이달리오의 아래 동영상은 경제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애니메이션으로 기가 막히게 잘 표현하고 있다. 번역문이 제공되니, 안 보았다면 꼭 한 번 보길 바란다. 개념을 애니메이션으로 어떻게 그려냈는지 보는 것도 흥미롭다^^

How the economic machine works

 

대부분의 사람이 가격 결정 요인으로 수요/공급에 주로 초점을 맞추지만, 통화량의 증감이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나다. 즉, 통화량이 증가하면 가격은 오르고(인플레이션), 감소하면 떨어진다(디플레이션). 이런 통화량의 증감에 크게 영향을 주는 것이 신용화폐 시스템이다. 신용화폐라는 것은 빚이며 대출이다. 실제로 중앙은행이 찍어낸 것보다 훨씬 많은 통화가 시중에 돌아다니고 있으며, 그 이유는 통화량의 대부분은 빚이기 때문이며, 우리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돈은 누군가의 빚이라고 얘기할 수 있다. 대출을 일으키는 것이 통화량을 증가시킨다.

 

A가 1000원을 은행에 예치해두었다고 하자. B가 은행에서 900원을 빌린다. (지급준비율 10% 만큼은 대출하지 못하고 보유해야한다. 그리고 B는 900원이 생겼지만, A도 자신의 통장에서 1000원을 꺼내쓸 수 있다. 없던 900원이 생겼다(통화량 증가)) C도 은행에서 지급준비율 10%를 제외한 810원을 빌린다. 여기까지만 와도 통화량은 1000+900+810 = 2710원만큼 늘어난다. 이 과정을 '신용창조'라고 하며, 이런 환경을 신용화폐 시스템이라고 한다.

 

위의 예에서 C가 810원을 갚아버리면? 통화량은 2710원에서 1900원으로 감소해버린다. 그저 빌린 돈을 갚았을 뿐인데도! 너도 나도 돈을 빌리면 통화량이 팽창하지만, 반대 상황이 되면 통화량이 감소한다. 그런데 극단적인 가정으로, 한 나라에서 수출입을 완전히 배제하고, 돈을 더 이상 찍어내지 않으며, 전체 통화량이 1000원이며 중앙은행에 있다고 해보자. D가 5% 이율로 1000원을 대출해가서 E에게서 1000원에 자동차를 샀다고 하자. D가 갚아야하는 돈은 이자를 포함해 1050원인데 전체 통화량은 1000원 뿐이다. 즉, D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벌 수 있는 돈은 1000원이 한계이다. 굉장히 극단적으로 간략화한 것이지만, 이것이 신용화폐의 한계이며, 신용화폐 시스템 하에서는 통화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나야만 하는 이유이다.

 

통화량이 증가하려면, 대출이 늘어날 수 있는 환경이 되어야한다. 즉, 대출 가능한 인구(20-60세 정도)가 증가하던가 그들의 소득이 증가해야한다. 소득이 곧 신용이며, 대출의 규모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대출 이외에 통화량을 증가시킬 수 있는 다른 방법으로는 무역 흑자를 기록하는 방법이 있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이 많이 증가하면 된다. 외화를 많이 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외환 보유고는 이머징 국가들에게는 조금 더 중요한 의미를 가지기도 하는데, 외환 보유고가 국가의 신용도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통화량이 증가해도 외환 보유고가 일정 비율로 늘지 않거나, 통화량이 감소하지 않았는데 외환 보유고가 줄어들면 해당 국가 통화의 신용이 떨어진다. 신용의 하락은 곧 해당 통화의 가치하락(환율 상승)을 의미한다. 

 

저자는 통화의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로 환율을 언급했으며, 아래와 같이 표현하기도 했다. 

환율 = 통화량 / (외환 보유고 + 경상수지 흑자 능력)

중앙은행은 물가 안정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통화량을 조절한다. 기준 금리를 조절한다던가 국채를 매입하거나 매도하므로써 통화량을 조절한다. 대출이 증가하고 통화량이 증가하면 인플레이션이 일어난다. 중앙은행은 과도한 인플레이션을 방지하기 위해 금리를 높인다. 채무자는 상환 부담이 증가하게되고, 곧 지출의 감소로 이어진다. 지출의 감소는 곧 다른 이의 소득의 감소로 이어진다. 이로 인해 경기가 조금씩 후퇴하게 된다. 그러다 통화량 공급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시점이 오면 중앙은행은 기준 금리를 다시 낮춰, 돈을 보다 쉽게 빌릴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준다. 이렇게 중앙은행이 키 플레이어가 되어 경기 사이클이 만들어진다.

 

홍미롭게 읽은 부분은 통화량이 증가하는 국면에서 가격이 먼저 오르는 상품이 있고 그렇지 않은 상품도 있다는 것. 대출을 일으키면 부동산, 자동차 등 큰 돈이 드는 곳으로 먼저 유입된다. 그러면 부동산, 자동차 등의 가격이 상승하고 부동산업자, 건설회사, 자동차회사, 부품회사 등에 지불되고 다시 투자되거나 노동자에게 지불된다. 그 다음에서야 생필품 가격이 오른다. 현재(20년 10월)  미국 Fed가 돈을 더 풀 여력이 됨에도 불구하고 더이상 돈을 풀지 않고 재정정책이 필요하다라고 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인 듯 하다.  Fed에서 뿌린 돈이 경제 피라미드의 아래쪽까지 안 가더라는 것을 이미 경험했기 때문에 재정정책을 통해 아래쪽을 타게팅해서 뿌려달라는 것이다.

 

중국과의 관계, 미국과 이머징 국가들과의 관계 등 현재 글로벌 경제가 돌아가는 것에 대입해서도 이야기를 하고 있다. 작년에 출간된 책이지만, 크게 무리없이 읽을 수 있다. 게다가 편하게 읽어볼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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