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중순 서울의 역세권 땅을 계약했다. 어느덧 3주가 지났다. 잘 한 것인지 모른다. 다만, 해보고 싶었고, 내 스타일의 투자 영역인지 확인하는 시험대로 생각한다. 건물주가 되고 싶었고, 현금흐름을 만들고 싶었다. 세금(취득세 중과, 종부세 등) 문제로 주택이 아닌 근생을 고려하다, 단지 주택신축판매업으로 사업자를 등록하면 취득세 중과를 피할 수 있다는 말에 관심을 가지고 신축 강의를 들었다. 주택에 투자하는 경우 수익률이 괜찮은 땅을 구하면 전세를 통해 투자금을 전액 회수하고도, 대출 이자를 갚고도, 월 100만원 정도의 현금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그래서 '해봐야겠다'라고 생각했다.
내 투자 실력이 신통치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수익실현한 투자 물건들의 평균 수익률은 세금/비용 다 떼고 연 수익률 20%대에 불과하다. 투자금이 더 들더라도 '수익률'보다는 '안전마진'이 큰 투자를 선호한다.(그래서 exit이 더 힘든가 생각이 드는 요즘...) 개발 사업은 사업성 검토를 통해 대략의 마진을 확보할 수 있기에 매력적이다. 그런데 투자금을 전액 회수할 수 있기까지 하다니 (= 무한대 수익률)
소소한 수익률이더라도 잃지 않고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 내가 투자 세계에서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시장의 흐름에 따라 반짝하는 상품을 따라갈만큼 공감력이 좋지도 않고, 기민하게 움직이지도 못 한다. 어느 시기에나 '일정의' 수익률을 만들 수 있는 투자를 지속할 수 있다면 그 방법을 따르고 싶다. 그리고 만약 내가 은퇴 후 사업으로써 이를 영위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없다. 지속하기 위해서는 내 스타일에 잘 맞거나 충분히 쉬워야 한다(익숙해지던가^^). 그런지 확인하고 싶다.
내게 가장 걸림돌은 자금이었다. 처음엔 보유 물건을 매도하면 여유있게 시작할 수 있겠다 생각했으나, 매도가 안 되어 보유 주식을 매도해야만 투자가 가능했고, 금액도 빠듯했다. 주식을 매도하는 것은 계획에 없었고, 주식도 자산으로써 키워가고 싶은 계획이 있었기 때문에 갑갑했다. 처음에 생각했던 여러 조건들 중에 하나씩 내려놓아도 주식을 팔지 않으면 답이 나오지 않았다. 게다가 자금이 필요해 보유 물건을 급하게 처분해야하는 상황이 오는 건 원치 않았다.
주택신축판매업(취득세 중과 배제 / 단기 매도)을 낼 것이냐, 건설임대업(취득세 중과 / 종부세 free / 장기 보유)을 낼 것이냐는 신축 강의를 듣는 내내 모두의 화두였다. 잔금 전 멸실도(중도금이 많이 필요할 수 있다). 이런 선택의 문제에 있어서 자금이 빠듯하다면 선택지가 줄어든다. 선택지가 줄어든다는 느낌이 들면서...
1. 충분한 자금이 확보되고 나서 시작을 할까?
2.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는 지금, 무리해서라도 시작을 할까?
사이에서 고민이 커졌다. 시작은 2번 같은 마음으로 강의를 듣기 시작했으나 마음에 쏙 드는 매물이 없고, 매도가 너무 안 되어서 1번과 2번 사이에서 오락가락했다.
또 정확한 숫자, 계획대로 움직이는 것을 선호하기에 불투명한 자금 계획(특히나 대출, 공사비 상승 등)과 여러가지 변수들은 내가 스트레스 받기에 딱 좋은 그림이었다. 그래서 더욱이 충분한 자금을 확보하는 것은 1순위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식을 팔아야만 했다. 원래의 룰을 지키는 것이 중요한가, 더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면 유연하게 움직이는 것이 맞을까. 유연성이라고 생각하기에는 좋은 물건을 찾더라도 정말 더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을지 명쾌하지 않았다. (주식/신축 모두 시작하는 수준이기 때문에 더욱) 오히려 적은 수익 + 높은 리스크를 감당해야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켠에는 '경험하고 확인하는 것이 목적이었잖아?'라고 외치면서도, '그건 주식을 파는 게 아니라 부동산 갈아타기가 전제였지'라는 생각이 들며 갈등이 깊어졌다.
그렇게 복잡한 마음을 안고 작년 말 마지막 신축 수업. 반쯤 마음을 내려놓고 참석했다. 수업 참여 인원도 나 포함 둘 뿐이어서 딱히 얘기거리가 없었던 터에, 멘토인 맥밀란 님께 '골목에 있는 물건인데 수익률은 잘 나오는데... 골목이라 그렇겠죠?'라고 영혼없는 질문을 했다.
'보통 그렇죠'.
토지이용계획원을 보여드렸더니, '주차는 확인이 필요하겠지만 수익률은 계산한대로 나오겠네요. 위치나 한 번 볼까요?'
'9호선 역세권이네요? 대로변에서 한 집 들어간건데, 이런 골목은 다르죠. 이 정도 수익률이면 여태 토지 구하신 분들 중에서도 탑급입니다. 너무 좋은 토지예요. 그렇지 않나요?'
웃어야할지. 나 원... 내려놨던 마음을 부여잡아야겠다고 생각하는데, 멘토님께서 머리 끄댕이까지 잡아당겨주신다.
'수익률 분석해보셔서 아시겠지만, 그만한 토지 구하기 쉽지 않습니다. 하려고 마음 먹었을 때 하지 않으면 나중엔 못 해요. 안 하신다면 제가 하고 싶을 정도로 좋아요'
가설계안을 받아 보았고, 주차가 처음 생각했던 것대로는 진행이 안 되지만 여전히 수익률은 나쁘지 않다. 토지 탁상감정을 했더니, 감정가가 너무 낮게 나와 대출이 애초 생각했던 것 대비 훨씬 적게 나올 것 같다. (감정가가 거래 시세에 따른 것이라 잔금 시점 근처에 다시 감정을 받아보면 대출이 더 나올 수도 있다고 하나, 비싸게 사는 것 같아 마음이 또 싱숭생숭) 자금이 빠듯하기에 멸실 조건은 생각하기 어려웠고, 대부분 잔금으로 돌려야했다. 중개사님께서 매도인이 명도나 토지사용승낙서 등의 협조는 문제없으나 멸실은 절대 안 된다고 하신다. (중개사님이 매도인께 안 물어보시고 본인이 정해놓은 세팅값으로 중개하신 것 같은 느낌도 들어서, 좀 더 비굴 모드로 졸라볼 걸 하는 생각도 든다)
어쨌든 유연성을 생각하기에는 충분한 물건이 놓여있고 예상 수익이 그려졌고, 판단만 남았다. 매도가 어려운 것, 매도가 안 되었을 때 종부세 부담이 생길 수 있다는 것 등 리스크는 감안하더라도, 진행하는 것으로 하자라고 마음을 먹고, 주식을 언제 정리할까 고민하던 차에 나스닥이 폭락했다. 그리고 두 계좌 중 하나는 주식 매도 조건으로 걸어둔 룰에 정확히 부합했다. 일주일의 시차를 두고 두 계좌를 정리하면서 보니 기존 투자금을 다 회수하더라도 매월 약간의 배당금이 들어오게 남겨둘 수 있다. 기대하지 않았던 무한대 수익률이 만들어질 것 같았다. 이 정도 금액은 나중에 혹시 더 떨어져 자금을 찾게 되더라도 큰 문제없겠다는 생각들어 남겨두기로 했다. (안 쓰게 되는게 제일 좋을 거 같고)
이제 매도하기 가장 좋은 컨디션으로 지어지도록 열심히 노력하는 것 밖에 없다.
"게으른 자는 자유를 주면 함정이라 하고 작은 비즈니스를 얘기하면 돈이 안 된다고 하고 큰 비즈니스를 얘기하면 돈이 없다고 한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자고 하면 경험이 없다 하고, 정통적인 비즈니스라고 하면 어렵다고 하고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자고 하면 전문가가 없다고 한다. 그들은 대학교수보다 더 많은 생각을 하지만, 장님보다 적은 일을 한다. 그들의 인생은 기다리다가 끝이 난다."
- 알리바바 창업주, 마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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